살며생각하며

정말 어려운 일 --;;

겨울아찌 2010. 3. 11. 17:16
요즘에 K 모시기 큰 IT 회사에서 파견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파견회사 직원이므로 저는 "을" 직원이고, K 모시기 회사의 직원은 "갑" 이라고 할수 있지요.
"갑","을" 관계로 따지면 피곤하지만, 이분들은 같이 일해본 사람들 중에서 그런 계약관계 구분없이 잘해주는 분들이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회식자리 있으면, 언제나 불러주고... 일하면서 어려운일 생기면, 자기일 같이 생각해고 해결해 줄려고 애쓰시는 분들입니다. 자연히 여러모로 친숙해 졌다고 할수 있습니다.

아침에 출근했는데, "갑" 직원 한분이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아무리 가까워도 "을" 회사의 직원으로, "갑" 회사의 직원의 출퇴근까지 왈가 왈부할 상황은 아니므로, 휴가거나, 출장이거나 하려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후 4시가 넘어서, 그분이 사무실로 들어서는데, "갑" 직원분들이

"와! 벌써 끝났어? 수고했다"

라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를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들어서는 그분도 힘든 기색이 역력한 모습으로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그분들끼리 주고받는 이야기중에 몇백명중에 3명이고, 다른부서는 2명중에 천명이 넘고... 하는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는 무슨 영문인지는 이해할수가 없더군요.

나중에 따로 물어보니, 그 직원은 신입직원을 채용하는 서류심사에 차출되어서, 오전부터 오후 4시까지 그작업을 하고 왔다는 것입니다. 그 직원이 맡은 부서는 3명을 채용하는데 3백 몇십명이 지원해서, 그 제출서류를 모두 검토하고, 3명의 몇배수를 골라주는 작업을 하고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직원이 맡은 부서는 그나마 3백몇십명의 3명이지만, 사무부서는 2명을 뽑는데, 천명이 넘는 지원자들 중에서 추려야 한다는 이야기 였습니다.

어휴~~~ 그일이 얼마나 힘든일인지 상상이 안가더군요. 그일을 맡은 분은 자신의 선택이 한사람의 인생을 좌우 한다고 할수 있는, 곤혹스러운 일을 행하고 온것 이었지요. 오죽하면, 선풍기를 틀어놓고, 이력서를 뿌린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행위를 그렇게 비난할수도 없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신에게 맡긴다고 할수도... --;;)

그렇게, 수백명의 서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다 그게 그거고... 정말 도토리 키재기의 서류들 속에서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참 어려운 일을 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중소기업에서만 일을 했었기 때문에, 몇몇 지원자 중에서 뽑았었기 때문에, 저런 고민을 해본적이 없습니다. 참 이넘의 사회가 잘못되도 정말 단단히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적성과 개성은 뒷전이고 번듯한 큰회사에만 몰리고, 수백/수십대 1의 경쟁율에만 매달리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현황을 눈앞에서 보는듯 합니다.

직원분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을 들으니, 다 고만 고만한 판단자료 중에서, 결국은 그 사람이 얼마나 잘 노는가의 레저생활을 주로 판단 근거로 사용하게 된다고 하더군요. 결국 자기만의 개성을 보여주는 사람이 선택되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말로만 그럴뿐... 이 넘의 교육시스템은 그 개성을 철저히 말살시키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이글을 쓰는 내내... 정말 안타깝네요.

- 겨울아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