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생각하며

문경에서 만난 돌팔이 스님부부

겨울아찌 2010. 1. 20. 13:34



지난 토요일에 문경에 내려갔다.

가깝게 지내는 친구가, 거래관계로 알게된 사람인데, 문경에서 터잡고 살면서, 괜찮은 땅이 주변에 있다고, 내려와서 보지 않겠느나는 제안을 받았다고,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해서, 겸사 겸사 내려가게 되었다.

문경은 지나다니면서 들르기도 했었으며, 문경새재를 직접 걸어서 넘기도 했었고, 또한 아는 동생의 고향이라고 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나중에 문경정도에서 인생의 후반을 보내도 좋겠다는 생각에서 따라갔다.

일단 문경을 톨게이트를 통해서 들어서면서, 눈앞에 압도적인 위용으로 다가선 "주흘산" 에 감동을 먹었다. 친구의 부부까지 4명이 탄차를 세우고, 기달리라고 하고선, 사진을 찍었을 정도로...

일단 문경읍 (문경시와는 좀 다른... 소박한 동네) 에 들어가서, 보리밥을 하는 식당을 찾아갔다. 그냥 소박한 식사였지만, 주인 할머니가, 무척 정이 넘치는 분으로... 뭔가 더 주지를 못해서 안달하시는 분이셨다. 배 팅팅거리게 먹고 식사값은 단돈 4000원, 식사값이 미안할 정도였다.

식사후, 방문하려는 그분의 집을 찾아가면서, 친구가 조금씩 이야기를 하는데, 원래 이천에서 도자기를 굽던 사람이었는데, 문경으로 내려와서 도자기를 굽는 사람인데, 어쩐일인지 몰라도 "스님" 이라고 부른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찾아들어가면서, 그분이 소개했다는 땅을 둘러보았는데, 그닥 마음을 끄는곳은 아니었다. 또 꼭 뒤편에 무덤하나씩이 자리잡고 있는... 한곳은 옛날에 매장하기전에 시체를 보관하는 곳이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무엇보다도, 향이 북서방향인것이 그리 마음을 끄는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풍광은 좋아서, 멀리 주흘산이 보이고, 바로 옆에는 화강암의 멋진 산 (천추산 -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같은 산 - 이라고 했던것 같다.) 도 풍광에 한몫을 더했다.

그분의 집은 인근의 계속사이에 반지하가 있는 벽돌양옥집 이었다. 집에 들어가니, 도자기가 좍- 전시되어 있고, 작업장에서 자기를 만들다가, 반겨주었다. 잘 나가는 예술인 같은 자신감이 넘치고, 유쾌한 분이었다. 같이 사시는 아내되시는 분도, 그분 못지 않은 분으로 보였다.

아내가 되시는 분은, 다도를 하신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스님이라고 불리시는 분이 만드는 도자기는 다기세트가 주종이었다.

특이하게 금을 전체로 도금한 다기세트가 있었는데... 멋있기는 했지만, 금 찾잔에 차를 마시는 것은 뭐 그리 좋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런데 줄서서... 이 다기를 사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

둘러앉아서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대화를 나누었다기 보다는, 그 스님과 아내되시는 분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듣는... 그것도 쉴새없이... 좔좔좔.... 뭐 그렇게 할이야기가 많은지.... 사실 끝없는 지식자랑 이었다.

우리가 기독교인 이라는 것을 잘 아는듯, 자신의 가족들중에는 목사도 있고, 천주교도 있고... 하지만, 여러가지 종교를 섭렵해 보았지만, 불교가 가장 잘 맞더라는 이야기를 한듯 한다. 두분이 서로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참 잘 이야기를 하신다고 인정하지 않을수 없다.

한곁의 귀로 들으니, 옆자리의 아내되시는 분은 자신이 깨달은 여러가지 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 성경의 불합리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는 것이 들렸다. "이웃의 금붙이를 가지고 떠나라" 라는 구절을 들어서 그런 기독교를 왜 믿느냐는 식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35. 이스라엘 자손이 모세의 말대로 하여 애굽 사람에게 은금 패물과 의복을 구하매
36. 여호와께서 애굽 사람들에게 이스라엘 백성에게 은혜를 입히게 하사 그들이 구하는 대로 주게 하시므로 그들이 애굽 사람의 물품을 취하였더라


나중에 아내가 말하기를 내가 그분의 말에 반박할까봐 상당히 조바심을 내었다고 한다.

약간 지겨운 귀고문을 1시간30분정도 하고, 물러나왔다.
나오면서, 그 땅에 대하여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를 물어보았더니, 아직 모른단다... 그럼 팔려고 내놓은것이 아닌가요. 했더니, 내놓은것은 아니고... 사겠다고 하면, 이제부터 알아보겠다는... 약간은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돌아나오면서, 그친구는 괜찮은 사람들이라고 소개를 했는데, 자신이 생각해도 기대 이하인듯 느꼈는지, 좀 미안해 하는듯 했다. 뭐 별말은 안하고... 문경에 대하여 소개해준것만 해도 고맙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아내와 둘이서 이야기를 할수 있게 되었을때, 그 친구가 신앙적인 바탕이 든든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것도 영적전투라고 아니할수 없는데, 업무상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 사람들의 영적인 유혹에 굳게 서있으려면, 하나님에 대하여 아는 훈련이 필수인데, 종교생활에 치중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기 때문이다.

돌팔이 스님이라고 한 제목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는데, 그사람은 불교의 율법에서도 자유로워 보였다. 본인이 돌팔이라고 스스로 자유스럽게 부르고 있었으며, 사실 아내도 얻어 살고 있으니, 정통 스님과는 거리가 있는 것은 사실인듯 하다. 조만간 윗쪽의 땅을 사서 절을 짓고 싶다고 이야기도 했다.

그렇게 머리가 좋고, 능력도 좋은 사람이, 진리를 그렇게 찾아헤메면서도, 눈앞에 진리도 판단할수 없는 인간의 한계인것이 분명하고, 이것이 하나님이 나를 선택하여 부르신자의 특혜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그분만큼도 만족하게 살지 못하는, 나는 또 얼마나 악한자 인가, 생각해 보게된다.

- 겨울아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