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생각하며

사랑하는 아내에게...

겨울아찌 2009. 12. 28. 11:20



사랑하는 아내박금자 집사에게

 

다른 믿음의 식구들 앞에서당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게 된다니예전의 "아버지학교" "사랑의순례"에서 편지를 썼던 때와는 다른 감정으로 편지를 쓰게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게 되는군요무슨 말로 편지의 내용을 잡을까 생각하다가역시 감사로 주제를 삼아볼까 합니다.

 

무엇보다도가장 감사할 일은 나와 결혼해주고이때까지 부부생활을 계속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남자의 자존심으로 인정하기 싫은 것 이지만나이가 먹어갈수록당신을 아내로 맞이하여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낄 때가 점점 많아 지는 것 같습니다.

 

나의 인생에서 가장 잘 결정 했던 것두 가지를 꼽으라면군대에서 대학에 가기로 결정한 것과당신과 결혼한 것 두 가지를 꼽을 수 있겠소.

 

물론 믿는 자로서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것을 꼽아야 하겠지만, IMF 때 실의에 빠진 나를 인격적인 하나님 앞으로 이끈 사람도 당신이니결국 당신이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천사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우리가 결혼할 때 생각이 나요결혼을 하기로 결정을 하고양가 부모님의 허락까지 받은 때가 3월이었지요그런데부모님이 결혼일자를 10월에 잡았고또 토/일요일에 결혼을 하려니예식장도 구할 수가 없어서 그러지요 했다가그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평일에도 좋다어서 결혼하자하고 4월의 평일의 수요일에 결혼했던 것.… 남들이야 뭐라고 하든우리 둘은 너무 좋아서결혼식 내내 싱글벙글 했던 것은 지금 사진을 봐도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행복할 듯한 결혼이었지만결혼은 연애와는 사뭇 달라서결혼한 이후에는행복했던 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돌아보니결혼 시작부터 어려웠는데내가 남편의 역할에 대하여무지하여 초래되었지 않았나 싶습니다내성적이었고가정에 대해서 소극적이었던당신의 남편은당신의 시어머님 앞에서 당신을 보호해 주지 못했고행복의 실체를 잘 알지를 못했으며세상적인 명예를 쫓다가, IMF 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리기 까지당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지 못하고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세상적 기준에 모든 것을 맞추어당신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이고사랑을 받아야 할 존재인지를 깨닫지 못하고혼자서 산을 다닐 정도로 강한 여자이고내가 없어도 잘 살아갈 여자임을 남들에게 자랑했던 어리석기 짝이 없던 남자였음을 고백하고 싶군요그래서 가정의 모든 복잡 한 것은 모두 당신에게 던져놓고나는 일이라는 자아도취에 빠져 들지 않았는가 싶습니다.

 

다행으로하나님께서는 IMF 라는 국가적인 고난으로일만 알고 폭주하는 기관차와 같은 나를 세워주셨고세상일에서 실패하여 실의에 빠졌을 때얼마 안 되는 재산이라도 건지자고이혼하라는주변의 권유를 뿌리치고나와 같이 살기를 결정해 준 것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모태신앙이나 다름없는 나를초보중의 초보인 당신이 이끌어서이천의 작은 교회에서 인격적인 하나님을 만나게 해준 것,이어지는 감사한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그리고 우리는 지금 이렇게 지구촌교회에서 하나님이 축복해 주시는 행복한 가정들과 자리를 함께 하고 있군요.

 

돌아보면당신을 만나고결혼하여가정을 꾸리고인격적인 하나님을 만나고지구촌교회를 선택하고사랑의 순례를 통해서가정사역팀에서 섬기게 되었으며이런 엘림회의 자리에 있기까지 중요한 결정에는 모두 당신이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래서나에게 인생의 길을 바른길로 인도해주고또 인도해가도록 하나님께서 예비해주신 동반자요천사라고 믿습니다.

 

요즘에당신과 살아가는 과정과정을 짚어 보면서나는 매사에 열심을 다하여공부하고훈련하여 깨달아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그 과정이 참 힘겹기도 하지요그렇게조금씩 성숙된 시각으로 당신을 볼 때놀라움을 금치 못할 때가 많습니다.

 

… 예를 들어보면

 

늦 잠자고 (8시 이전에는 대체적으로 안 일어 납니다), 게으른 듯 하고 (청소 2주일에 한번 하나?), 기도도 안 하는 듯 하고(기본적인 식기도도 하는 둥 마는 둥), QT 도 안 해요. (6개월째 GT 사주지만한두 페이지 읽고는 땡~), 성경읽기? (성경 읽는 것을 보면해가 서쪽에서 뜨지 않을까요?), 독서? (아무 책이나 펼치고 2-3 페이지 읽으면 잠에 떨어집니다등등

 

내가 보기에는 모조리타박할 구석이고하나님의 은혜와는 전혀 거리가 먼 듯한 생활 인데

 

범사에 하나님이 아내를 통해서은혜를 부어주지는 것을 보면인간적인 나의 기준은 완전히 틀린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내는게시판에 글 올린 것과 같이지금도매년매 학기마다 학교수업이 떨어지지 않게 해주시고매월마다 아이들 가정에 방문해서 지도하는 것 들고 나는 것이참 너무도 은혜롭고 정교하게 맞아 들어가는 것을 보면역시 하나님의 은혜는 인간적인 노력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위에 언급한대로경건생활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지만며칠 전 호주에 있는 아들과 통화하는 것을 들으면서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지금아들 재민이는호주에서 혼자 여름방학을 맞고 있습니다이곳에서 6개월 동안의 DTS 훈련도 받고 갔으며영주권을 먼저 취득하기 위해서기술학교를 지원했고그 학교는 현장실습이 주요한 과정중의 하나이며재민이는 자신만만하게 고수익의 아르바이트를 해서외려우리에게 돈을 부쳐주겠다고 큰소리를 뻥뻥 치고 갔답니다.

 

그러나세상일이 어디 마음대로 되나요이미 방학은 했지아르바이트는 한달 넘게 구하지를 못하고 있지게다가 홈스테이 하기를 권하는 저희의 권고를 무시하고자유로울듯한 자치 방을 얻어서 생활하면서제대로 먹기나 하는지씻고 빨래는 제대로 하고 사는지참 생각만 해도 훤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아들과 아내가 통화 하도록 전화기를 넘겨주는데재민이는 잔뜩 주늑 든 상태로 아내와 통화를 시작했습니다아내는 전화를 받더니안방으로 들어가서 통화를 합니다.

 

통화하는 내용을 들으니오오

재민이에게 잔소리를 쏟아 놓을 줄 알았는데얼마나 힘들겠냐는 공감과어려울수록 하나님과주변 친구들에게 도움을 구해야 하지 않겠느냐하나님께 구했느냐등등… 마치 내가 배워온 하나님이 원하시는 말로서 격려해주는 것 이었습니다오히려제가 전화를 넘겨받곤제가 잔소리를 하다아내가 통화했던 내용과 비교되어서 스스로 놀라 그만 끊었습니다.

 

당신웬일로… 재민에게 그런 통화를 해하고 묻는 저에게 아내는 나 원래 그래” 하고당신이 통화 중에잔소리 할까 봐,일부러 안방으로 들어가서 전화를 했다고건방을 떠는 듯 했지만힘겹게 훈련을 통해서 성숙으로 나아가고자 애쓰는 저와는 다르게아내는 삶을 통해서그 과정을 앞질러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그 삶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은아내는 6살 아이들로부터, 80 이 넘은 할머니/할아버지까지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낮추고그들에게 종이접기 수업을 통해서사랑을 표현하면서 얻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제는 제가 잘되면가정이 잘되는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아내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계시는 것이 틀림없는 하나님의 계획을 믿고종이접기와 미술치료를 통해서하나님 나라의 지경을 넓혀가는 것에 대해서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싶습니다.일을 해 나갈수록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늦게나마 공부를 계속하겠다고 결단하는 모습이 얼마나 이쁜지요.

 

재미있는 것은요 근래에 과로 등으로 인해서아프다고 누워 있는 모습을 보니귀엽기 짝이 없군요내가 또 그 아프다는 것을 받아주고이것 저것 챙겨주니더 아프다고 엄살(?) 부리는 것을 이쁘게 바라 볼 수 있음에 감사를 하게 됩니다또 그렇게 아프다고 투정부리는 것을 받아줄 수 있는 나 자신에 대하여 스스로 놀라며그런 나 자신을 발견하고또 그런 면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 당신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군요역시 남편이라는 존재는아내를 통해서 그 존재가치를 부여 받는 모양입니다.

 

하나님을 깊이 알기 전김광석의 어느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노래를 들으며우리는참 애틋한 마음을 공감했었습니다.

 

"[김광석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 주던 때 / 어렴풋이 생각나오... / 여보 그 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시험 뜬눈으로 지내던 밤들 / 어렴풋이 생각나오... / 여보 그 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딸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 이제는 모두 말라... /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가네 흰머리가 늘어가네 / 모두가 떠난다오... / 여보 내 손을 꼭 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 하오 / 여기 날 홀로 두고... /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저는지금이 노래의 가사와 같이허무하게 나이를 먹고이별하지 않고소망으로 살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자신과 재민이를 위해서 인생의 전반부를 살았다면이제 당신과 더불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인생의 후반부를 살 일이 기대가 됩니다그 길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고소망을 주시고당신을 지극히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생각할 때에 당신 곁에서라도 찰싹 붙어서하나님이 주시는 축복을 나누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감사합니다.

 

당신이 나의 인생의 동반자 임을.

그리고 하나님 안에 같이 있음을.

 

여보사랑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