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내, 박금자 집사에게
다른 믿음의 식구들 앞에서,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게 된다니, 예전의 "아버지학교"나 "사랑의순례"에서 편지를 썼던 때와는 다른 감정으로 편지를 쓰게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게 되는군요. 무슨 말로 편지의 내용을 잡을까 생각하다가, 역시 감사로 주제를 삼아볼까 합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감사할 일은 나와 결혼해주고, 이때까지 부부생활을 계속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남자의 자존심으로 인정하기 싫은 것 이지만, 나이가 먹어갈수록, 당신을 아내로 맞이하여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낄 때가 점점 많아 지는 것 같습니다.
나의 인생에서 가장 잘 결정 했던 것, 두 가지를 꼽으라면, 군대에서 대학에 가기로 결정한 것과, 당신과 결혼한 것 두 가지를 꼽을 수 있겠소.
물론 믿는 자로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것을 꼽아야 하겠지만, IMF 때 실의에 빠진 나를 인격적인 하나님 앞으로 이끈 사람도 당신이니, 결국 당신이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천사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우리가 결혼할 때 생각이 나요? 결혼을 하기로 결정을 하고, 양가 부모님의 허락까지 받은 때가 3월이었지요. 그런데, 부모님이 결혼일자를 10월에 잡았고, 또 토/일요일에 결혼을 하려니, 예식장도 구할 수가 없어서 그러지요 했다가, 그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 평일에도 좋다. 어서 결혼하자~ 하고 4월의 평일의 수요일에 결혼했던 것.… 남들이야 뭐라고 하든, 우리 둘은 너무 좋아서, 결혼식 내내 싱글벙글 했던 것은 지금 사진을 봐도,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행복할 듯한 결혼이었지만, 결혼은 연애와는 사뭇 달라서, 결혼한 이후에는, 행복했던 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돌아보니, 결혼 시작부터 어려웠는데, 내가 남편의 역할에 대하여, 무지하여 초래되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내성적이었고, 가정에 대해서 소극적이었던, 당신의 남편은, 당신의 시어머님 앞에서 당신을 보호해 주지 못했고, 행복의 실체를 잘 알지를 못했으며, 세상적인 명예를 쫓다가, IMF 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리기 까지, 당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지 못하고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세상적 기준에 모든 것을 맞추어, 당신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이고, 사랑을 받아야 할 존재인지를 깨닫지 못하고, 혼자서 산을 다닐 정도로 강한 여자이고, 내가 없어도 잘 살아갈 여자임을 남들에게 자랑했던 어리석기 짝이 없던 남자였음을 고백하고 싶군요. 그래서 가정의 모든 복잡 한 것은 모두 당신에게 던져놓고, 나는 일이라는 자아도취에 빠져 들지 않았는가 싶습니다.
다행으로, 하나님께서는 IMF 라는 국가적인 고난으로, 일만 알고 폭주하는 기관차와 같은 나를 세워주셨고, 세상일에서 실패하여 실의에 빠졌을 때, 얼마 안 되는 재산이라도 건지자고, 이혼하라는, 주변의 권유를 뿌리치고, 나와 같이 살기를 결정해 준 것,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모태신앙이나 다름없는 나를, 초보중의 초보인 당신이 이끌어서, 이천의 작은 교회에서 인격적인 하나님을 만나게 해준 것,이어지는 감사한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이렇게 지구촌교회에서 하나님이 축복해 주시는 행복한 가정들과 자리를 함께 하고 있군요.
돌아보면, 당신을 만나고,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인격적인 하나님을 만나고, 지구촌교회를 선택하고, 사랑의 순례를 통해서, 가정사역팀에서 섬기게 되었으며, 이런 엘림회의 자리에 있기까지 중요한 결정에는 모두 당신이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래서, 나에게 인생의 길을 바른길로 인도해주고, 또 인도해가도록 하나님께서 예비해주신 동반자요, 천사라고 믿습니다.
요즘에, 당신과 살아가는 과정과정을 짚어 보면서, 나는 매사에 열심을 다하여, 공부하고, 훈련하여 깨달아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이 참 힘겹기도 하지요. 그렇게, 조금씩 성숙된 시각으로 당신을 볼 때, 놀라움을 금치 못할 때가 많습니다.
음… 예를 들어보면…
늦 잠자고 (8시 이전에는 대체적으로 안 일어 납니다), 게으른 듯 하고 (청소 2주일에 한번 하나?), 기도도 안 하는 듯 하고(기본적인 식기도도 하는 둥 마는 둥), QT 도 안 해요. (6개월째 GT 사주지만, 한두 페이지 읽고는 땡~), 성경읽기? (성경 읽는 것을 보면, 해가 서쪽에서 뜨지 않을까요?), 독서? (아무 책이나 펼치고 2-3 페이지 읽으면 잠에 떨어집니다) 등등…
내가 보기에는 모조리, 타박할 구석이고, 하나님의 은혜와는 전혀 거리가 먼 듯한 생활 인데…
범사에 하나님이 아내를 통해서, 은혜를 부어주지는 것을 보면, 인간적인 나의 기준은 완전히 틀린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내는, 게시판에 글 올린 것과 같이, 지금도, 매년, 매 학기마다 학교수업이 떨어지지 않게 해주시고, 매월마다 아이들 가정에 방문해서 지도하는 것 들고 나는 것이, 참 너무도 은혜롭고 정교하게 맞아 들어가는 것을 보면, 역시 하나님의 은혜는 인간적인 노력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위에 언급한대로, 경건생활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지만, 며칠 전 호주에 있는 아들과 통화하는 것을 들으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지금, 아들 재민이는, 호주에서 혼자 여름방학을 맞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6개월 동안의 DTS 훈련도 받고 갔으며, 영주권을 먼저 취득하기 위해서, 기술학교를 지원했고, 그 학교는 현장실습이 주요한 과정중의 하나이며, 재민이는 자신만만하게 고수익의 아르바이트를 해서, 외려, 우리에게 돈을 부쳐주겠다고 큰소리를 뻥뻥 치고 갔답니다.
그러나, 세상일이 어디 마음대로 되나요? 이미 방학은 했지, 아르바이트는 한달 넘게 구하지를 못하고 있지, 게다가 홈스테이 하기를 권하는 저희의 권고를 무시하고, 자유로울듯한 자치 방을 얻어서 생활하면서, 제대로 먹기나 하는지, 씻고 빨래는 제대로 하고 사는지, 참 생각만 해도 훤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아들과 아내가 통화 하도록 전화기를 넘겨주는데, 재민이는 잔뜩 주늑 든 상태로 아내와 통화를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전화를 받더니, 안방으로 들어가서 통화를 합니다.
통화하는 내용을 들으니, 오오…
재민이에게 잔소리를 쏟아 놓을 줄 알았는데, 얼마나 힘들겠냐는 공감과, 어려울수록 하나님과, 주변 친구들에게 도움을 구해야 하지 않겠느냐? 하나님께 구했느냐? 등등… 마치 내가 배워온 하나님이 원하시는 말로서 격려해주는 것 이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전화를 넘겨받곤, 제가 잔소리를 하다, 아내가 통화했던 내용과 비교되어서 스스로 놀라 그만 끊었습니다.
당신, 웬일로… 재민에게 그런 통화를 해? 하고 묻는 저에게 아내는 “나 원래 그래” 하고, 당신이 통화 중에, 잔소리 할까 봐,일부러 안방으로 들어가서 전화를 했다고, 건방을 떠는 듯 했지만, 힘겹게 훈련을 통해서 성숙으로 나아가고자 애쓰는 저와는 다르게, 아내는 삶을 통해서, 그 과정을 앞질러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그 삶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내는 6살 아이들로부터, 80 이 넘은 할머니/할아버지까지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낮추고, 그들에게 종이접기 수업을 통해서, 사랑을 표현하면서 얻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제는 제가 잘되면, 가정이 잘되는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 아내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계시는 것이 틀림없는 하나님의 계획을 믿고, 종이접기와 미술치료를 통해서, 하나님 나라의 지경을 넓혀가는 것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싶습니다.일을 해 나갈수록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늦게나마 공부를 계속하겠다고 결단하는 모습이 얼마나 이쁜지요.
재미있는 것은, 요 근래에 과로 등으로 인해서, 아프다고 누워 있는 모습을 보니, 귀엽기 짝이 없군요. 내가 또 그 아프다는 것을 받아주고, 이것 저것 챙겨주니, 더 아프다고 엄살(?) 부리는 것을 이쁘게 바라 볼 수 있음에 감사를 하게 됩니다. 또 그렇게 아프다고 투정부리는 것을 받아줄 수 있는 나 자신에 대하여 스스로 놀라며, 그런 나 자신을 발견하고, 또 그런 면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 당신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군요. 역시 남편이라는 존재는, 아내를 통해서 그 존재가치를 부여 받는 모양입니다.
하나님을 깊이 알기 전, 김광석의 “어느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노래를 들으며, 우리는, 참 애틋한 마음을 공감했었습니다.
"[김광석]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곱고 희던 그 손으로 / 넥타이를 매어 주던 때 / 어렴풋이 생각나오... / 여보 그 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시험 / 뜬눈으로 지내던 밤들 / 어렴풋이 생각나오... / 여보 그 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딸아이 결혼식 날 / 흘리던 눈물방울이 / 이제는 모두 말라... /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가네 / 흰머리가 늘어가네 / 모두가 떠난다오... / 여보 내 손을 꼭 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 어찌 혼자 가려 하오 / 여기 날 홀로 두고... /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저는, 지금, 이 노래의 가사와 같이, 허무하게 나이를 먹고, 이별하지 않고, 소망으로 살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자신과 재민이를 위해서 인생의 전반부를 살았다면, 이제 당신과 더불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인생의 후반부를 살 일이 기대가 됩니다. 그 길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고, 소망을 주시고, 당신을 지극히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생각할 때에 당신 곁에서라도 찰싹 붙어서, 하나님이 주시는 축복을 나누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감사합니다.
당신이 나의 인생의 동반자 임을.
그리고 하나님 안에 같이 있음을.
여보, 사랑하오.
'살며생각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말 어려운 일 --;; (0) | 2010.03.11 |
---|---|
하나님! 저의 기도에 거절하심을 감사합니다. ㅠ.ㅠ (0) | 2010.03.02 |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부담가질 필요 없다 (0) | 2010.01.25 |
문경에서 만난 돌팔이 스님부부 (0) | 2010.01.20 |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0) | 2009.12.27 |